본문 바로가기

Description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Bedevilled, 2010)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많은 사람들이 보았고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영화지만, 이 영화에서 내가 가장 강하게 느낀 감정은 부끄러움이었습니다. 영화의 포스터도 그렇지만, 대개 영화를 보면서 김복남 살인사건 자체에 많이 주목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눈에 빤히 보이는 그 미쳐버린 섬에 대한 이야기 이면에는 한 여자가 어떻게 해서 살인마가 되어갔는지를 관람객들의 가슴을 저며가며 보여준 영화인 동시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그녀를 미치게 만든 공범임을 넌지시 던져주고 있지는 않을까요?

 

요즘 흔히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보더라도 함부로 도와주면 안된다'는 말을 듣습니다. 선의를 가지고 도움을 주려 했다가 오히려 호된 꼴을 당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들려오기 때문입니다. 저만해도 실제로 남의 도움을 필요로 할 지 모를 상황을 목격을 하고도 나서야할지 말아야할지 망설인 경우가 없지 않습니다. 그리고 결국은 나서지 못했던 사실에 마음이 편치 않아지고 맙니다. 영화에 나오는 등장인물 '해원'은 바로 그런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빼다 박은 캐릭터입니다. 딱한 사정에 있는 할머니에게 딱잘라 거절의 뜻을 전하는 모습, 젊은 여자를 폭행한 범인을 찾으려는 경찰에게 보이는 태도, 애먼 부하 직원의 따귀를 때리고 말게 하는 성급하고 여유 없는 모습.

 

순박하고 착했던 여인 김복남을 살인마로 만들어버린 것은 비단 영화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갔던 그 섬 사람들만은 아니었을겁니다. 답답하고, 슬프고, 안타깝고, 잔인하지만 한번쯤 보면 좋을 영화. 무척 인상깊게 본 영화지만 '재미있게 보았다'고 하기엔 어폐가 있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덧. 근데 정말 영화를 보는 중에는 미치고 팔짝 뛰겠더구만요. 근데 정말 슬픈건, 제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과연 어땠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는겁니다. '나라면 저렇게는 안해! 어떻게 사람이 저럴수가 있어!' 라고 하지 못했다는겁니다. 정말 슬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