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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er box

잘 살고 있는가?

 블로그에 글을 쓰기를 멈추고 오랜 시간이 흘렀네. 나는 어느새 삼십 대 후반, 곧 마흔을 바라보게 되었고, 많은 일들, 나에게는 벌어지지 않을 것만 같던 일들을 겪었어. 하나하나 돌아보면 그때는 어떻게 버텼을까 싶을 정도로 충격적인 일들도 있었고, 더 바닥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절망적인 심정이 되었던 적도 있었던 것 같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기, 이렇게 아직 살아 숨 쉬며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지. 먹고, 자고, 마시고 숨 쉬며 '살아' 있어.

 하지만 나는 항상 이런 의문을 떨칠 수가 없어. 내가 과연 '잘' 살고 있는가, 하는.

 일을 하고 아무도 반겨줄 이 없는 집으로 돌아와. 그러면 배가 고프지. 배를 채우고, 딱히 할 일도 없으면서 컴퓨터를 켜고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 열심히 일했기 때문인지, 단순히 배가 부르기 때문인지 졸리기 시작해. 지금 자면 밤에 잠이 잘 오지 않을텐데, 그러면 내일 아침에 후회하게 될 텐데, 하는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도 버티기는 쉽지 않지, 항상. 낮잠을 좀 자기도 하고 그다지 보고 싶었던 마음이 들었던 것도 아닌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침대에 들어. 밤이니까. 그냥 밤에는 그래야 하는 거니까.

 그러다가 어느 날 묘한 기분이 들었어. 이것이 삶인가. 지금의 내 삶은 무엇을 위한 삶인가.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이 과연 잘 사는 것인가. 마치 길을 잃은 것 같은 느낌, 혼란스러운 것인지 허무한 것인지 모를 감정이 나를 압도했지. 그 감정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어. 스티커를 떼어내고 남은 끈적한 자국처럼.

 날씨가 좋은 날 저녁에 가볍게 술을 한 잔 마시며 아버지께 여쭙고 싶다. 아버지, 저는 잘 살고 있는 것입니까? 이렇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입니까? 사람이 산다는 것은 이렇게 살기 위함입니까? 세상에 저를 있게 해 주신 아버지께서 보시기에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