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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er box

하루의 기록

 독일어 공부를 시작한 이래로 언제나 해야 한다고 생각해왔지만 하지 못했던 것이 바로 독일어로 일기 쓰기. 짧은 문장이나마 독일어로 내 생각을 표현하면서 하루 한걸음이나마 조금씩 나아가자고 생각했던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실천에 옮기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애초에 중학교 이후에 일기 쓰는 것을 실천에 옮겼던 적도 없을 뿐더러, 뭔가를 매일 해야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럽기 때문이었을까.

 

 그러다가 최근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음성으로 독일어 일기를 녹음하기 시작했다. 이제 겨우 몇 번 녹음한 정도지만, 다시 들으며 그 때 나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에 대해 돌아보고 내 독일어 발음이 어떤지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꾸준히 지속된다면 나중에는 세상에 무엇 하나 남긴 것 없는 내가 세상에 남기는 작은 흔적 정도는 될 수도 있겠지. 아무도 돌아보지 못할 인터넷의 어느 구석에 조그맣게 남은 흔적이라 하더라도.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 몇 가지. 준비 없이 떠오르는 대로 녹음을 하다보니 쓸데없는 소리도 많이 들어가고, 항상 쓰던 어휘만 쓰게 된다. 이게 과연 녹음의 취지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잘 모르겠다. 다듬어지지 않은 기록을 남기는 것에 대해서 꺼려하는 일종의 완벽주의적인 면도 한 몫 하지 않나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이어나가보자, 하다보면 조금씩 나아지지 않겠나, 하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