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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The Foreign Duck, The Native Duck And God In A Coin Locker, 2007)

 아이패드로 포스팅을 해보려고 무려 유료 앱을 구매해서 써봤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된 노릇인지 PC로 글을 수정하려고 했더니 텅 빈 텍스트 상자만 저를 반기네요. 어휴. 티스토리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 몹쓸 수준이라 다른 툴을 찾다가 유료를 구매한 것인데, 이것도 여의치 않습니다. 그래서 모바일로 쓸 일이 많은 감상문들을 그때그때 올리기 위해 찾은 곳이 바로 여기 blogspot 입니다. 앱으로 쓰기도 용이하고 괜찮은 것 같습니다. 아차, 사설이 길었습니다. 각설하고.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이름만 들어도 '아, 일본영화' 하는 느낌이 드는 영화였습니다. 그리도 또한 이름만으로는 도무지 내용을 짐작해볼 수 없었던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일본 영화가 주는 묘한 뒷맛을 좋아합니다. 제게 일본 영화라는 것은 헐리우드의 영화와는 다른 디테일, 사람의 삶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때로는 달콤하고 때로는 시큼하기도 하지만 주로 쌉싸름하게 느껴지는 맛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그리고 가까이로는 아내부터) 이런 느낌을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일본 문학과 영화가, 뭐랄까요, 조금 비좁고 습기찬 느낌이지만 오밀조밀하고 작은것 하나에도 생명이 깃들어 있는 듯한, 그리고 닫혀있지 않고 어슴푸레 열려있는 것 같은 늬앙스를 풍기는 것 같다고 느낍니다. 이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라는 영화도 제게는 그런 느낌을 주는 영화였습니다.

에이타 (가와사키/도르지)

 가장 먼저 살펴보게 되었던 것은 역시 배우들. 이 배우는 제가 그만의 독특한 느낌이 있다고 느껴 좋게 여기고 있던 배우였습니다. 어디서 봤는고 했더니,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까부는 청년 역할이었더군요. 이름은 '에이타', 이 작품에서는 이 사진처럼 약간은 몽롱한 느낌의 인물을 연기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의 이미지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력있더군요. 공개된 프로필의 출생연도가 저와 같아서 더 기억에 남네요.

하마다 가쿠 (시나)

 이 배우는 조금은 생소한 느낌이었습니다. 일본 영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자주 보지는 않기 때문에 일본 배우가 헐리우드 배우나 한국 배우만큼 익숙하지는 않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 '하마다 가쿠'라고 하는 배우는 정말 안면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배우들이 자신만의 색깔을 진하게 갖는데 비해 옆집 사는 학생같은, 수수하고 담백한 느낌을 주는 배우였습니다. 이 친구도 배우와 역할이 잘 맞아 떨어졌던 것 같아 보기 좋았습니다.

 이 두명의 배우가 주연을 맡아 이야기를 이끌어 나갑니다. 이야기는 현재를 보여주고, 현재를 있게 한 과거를 보여주고, 다시 현재로 돌아와 이야기를 맺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인물이 보였던 기행을, 그의 과거를 돌이켜보고 이해한다는 다소 진부할수도 있는 구조지만, 톡톡 튀는 인물과 조금 흐리멍덩한 인물이 어울리면서 지루하지 않게 진행해 나갑니다. 이 두명의 주변을 둘러싼 인물이 조금 더 나오는데 조연이라고 할만한 인물까지 포함해도 정말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정도이니, 아무리 이야기의 시간 순서가 조금 뒤바뀌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해하는데 조금도 장애가 있다거나 한 일은 없습니다.

마츠다 류헤이 (가와사키)
 주연은 아니지만 주연 못지 않은 임팩트의 가와사키 역을 맡은 마츠다 류헤이. 이 친구도 많이 봤다 싶은 얼굴이었는데 '히로스에 료코'와 함께 영화 '연애사진'에서 주연을 맡았던 배우였군요. 그때 헤어진 연인을 찾아 헤매던 그 인상이 좋게 비춰져서인지 무척 반갑기도 했던 배우였습니다. 영화 속에서 맡은 인물도 워낙 멋진 인물이기도 했지만요.


 앞서 말했던 제가 생각하는 일본 영화의 특징처럼, 이 영화도 결과를 딱 잘라 보여주지 않고 조금 애매모호하게 마무리를 짓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오픈된 엔딩은 여운을 남겨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어떻게 보면 또 답답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고 심지어 무책임하게 영화를 끝내버렸다고 느낄지도 모를 일입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낀 일본영화다운 일본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스케일도 몹시 작지만 그들의 삶 속의 작고 세세한 부분들까지 들여다 본 것 같은 기분, 조금은 비현실적이지만 왠지 사람냄새 나는 듯한 그런 영화, 오랜만에 기분 좋게 감상했습니다. 밥 딜런(Bob Dylan)의 'Blowin` in the wind'도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