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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 (Little Black Dress, 2011)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저는 한국 영화를 즐겨보는 편은 아닙니다. 외국 영화만이 영화다 이런 생각에서가 아니라, 그냥 한국에서 성공한 한국 영화들 대부분이 제가 좀 거부감을 느낄만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고, 내가 한국영화를 찾아서 보는 경우도 없지 않지요.

 이 영화가 개봉하고 나서 조금 지났을 때, 이 영화에 대한 평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들만의 이야기'라는 평이었습니다. 20대의 아픔이랄까 그런 것을 다루기보다는 있는 집안의 20대가 겪을만한 일이라는 평가였는데, 아주 공감이 가지 않는 바는 아닌 것 같습니다. 확실히 영화의 주인공인 네명의 친구들은 흔한 옆집 여학생들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고민과 방황이 꼭 '그들만의 리그'는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친구의 성공을 질투하는 친구도 있을 수 있고, 친구 앞에서는 웃는 얼굴로 대하면서도 뒤로는 날카로운 독설을 마음 속에 품는 경우도 있겠지요. 비단 여자가 아니어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이런건 10년이 넘도록 '너희가 내 재산이다'라고 할만큼 가까이 지내는 친구들이 있는 저에게도 해당사항이 있습니다. 친구가 잘되면 좋은 일이고, 기쁘고 즐겁지만, 그들과 지금의 나를 비교하게 되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닐수도 있다는데는 참 공감이 갑니다. 그리고 그것이 쌓이고 쌓이면 어떤 형태로 입밖으로 쏟아져 나올지, 어느정도는 그려볼 수 있게 해주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그리 높게 평가받지 못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한국 사회에서 있는 사람들에 대한 없는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어느정도 작용했기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있는 집안 자식들의 배부른 고민이라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는 것 같다는 말입니다. 그리 길지만은 않지만 이제껏 살아오며 보아 온 많은 사람 중의 일부는 살아가는데 전념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들 이었고, 그들에게는 제가 배불리 먹고 학교를 다니면서 늘어놓는 어떤 피상적이고 뜬구름 잡는듯한 이야기가 곱게만 들리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마찬가지 이야기가 아닐까요. '저런 고민을 고민이라고 하는건가' 여기는 사람도 있을테고, 이 영화가 성공하지 못하고 많은 악평을 들었다는 것은 그런 사람이 더 많았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적당히 거부감도 느끼고, 적당히 공감도 느끼며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하지 못하겠다 싶어서, 이 영화는 봐야된다 보지말아야 한다고도 말하기가 힘들겠네요. 다만, 평탄하지만은 않은 20대를 지나온 사람이라면 어느정도는 공감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고만 해두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파란 만장한 20대를 겪었던 것은 아니지만요! ㅋㅋㅋ)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 (2011)

Little Black Dress 
7.3
감독
허인무
출연
윤은혜, 박한별, 차예련, 유인나, 이용우
정보
드라마 | 한국 | 107 분 | 2011-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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