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escription

리플리 (The Talented Mr.Ripley, 1999)

영화의 간략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실 분은 주의해 주세요.


It'd be better to be a fake somebody, than a real nobody


 리플리. 원제를 읽어보자면 '재능있는 리플리' 정도 될까요. 이 영화는 제목처럼 리플리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영화입니다. 제목은 재능있는 리플리라고 되어있지만, 실상 스크린에 비춰지는 리플리의 모습이 그렇게 매력있고 재능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재능이 없는 것과 재능이 있어 보이지 않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리플리라는 인물은 아주 재능있는 사람이지만, 본인이 그것을 거부해 스스로를 격리시키려 하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런 그의 삶에 느닷없이 뛰어들게 된 소위 '멋진 거짓들'. 거기서부터 리플리의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톰 리플리는 낮에는 호텔 벨보이로 일을 하고 밤에는 피아노 조율사로 일을 합니다. 비록 대가를 받기는 하지만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이기 보다는 남을 위해, 남들을 돋보이게 해주는 삶입니다. 영화 전반에 걸쳐서 톰 리플리는 반짝거리는 원석같은 재능을 보여줍니다. 연주회가 끝나고 텅 빈 무대 위에서 홀로 멋지게 피아노를 연주 하는 모습, 디키의 아버지를 기가 막히게 흉내를 내고, 글씨체로 디키의 내면을 들여다 보기도 하고.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리플리의 재능은 디키와 재즈클럽에 갔을 때, 'My Funny Valentine' 을 부르던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리플리는 스스로를 망설임 없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치부합니다. 누구도 아닌 바로 스스로에게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외면당하는 사람, 톰 리플리.

 재능이 있지만 스스로를 높게 평가하지 못하는 톰은, 디키의 모든것에 참을 수 없는 목마름을 느끼게 되고, 그럴수록 디키는 그에게 싫증을 내고 그를 멀리하려 합니다. 여기에 프레디가 끼게 되고, 이 인물들이 서로 얽혀가며 이야기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향해 내달립니다.

톰, 디키, 마지

  톰 리플리 역은 맷 데이먼이 훌륭하게 소화해 내었습니다. 디키를 향한 타는듯한 갈망을 잘 표현했고, 감정을 쏟아내는 연기도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별다른 대사도 없이 다만 눈빛과 아주 작은 동작이나 표정들로 충분히 그 장면을 표현해 낸 그가 정말 멋져보였습니다. 물론 배우가 멋졌다는 것이지 톰 리플리가 멋있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디키 역은 주드 로가 맡았습니다. 정말 주드 로만큼 이 역할에 어울리는 배우가 흔할까 싶었습니다. 바람둥이 기질 다분한 부잣집 아들, 재즈를 좋아하고, 무엇이든 처음에는 쉽게 빠져들지만 이내 질리고, 흥미를 잃은 대상에 대해서는 더없이 차가워지는 디키. 주드 로는 정말 이 역할이 너무 잘 어울렸던 것 같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한동안 심장이 찌릿찌릿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영화 자체도 톰 리플리의 거짓으로 얼룩지며 도대체 어떻게 이 상황을 헤쳐나가려고 저러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저는 '거짓말의 발명'이라는 영화를 끝까지 보지 못했습니다. 그 영화에서 주인공의 첫번째 거짓말은 두번째 거짓말을 낳았고, 두번째는 세번째를, 그리하여 끝없이 거짓말이 반복되어 가는 영화를 보면서 도대체 어떻게 결말이 날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심장이 간질거리는 것 같은 느낌에 결국 결말을 보지 못하고 말았었습니다. 이 영화도 비슷하다고 할까요. 점점 돌이킬 수 없는 곳으로 스스로를 밀어넣어버리는 톰의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톰 리플리, 그에게 어느정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다고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던 저였습니다. 거짓말이 거듭되다보면 그 스스로도 그 거짓을 진실인 양 받아들이게 된다고 하던가요. 조금은 거리가 있을지 모르는 이야기지만, 이 말은 영화의 주인공 톰 리플리와 닮은 구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거울과 유리에 비친 리플리의 모습들. 그것은 묘하게 현실의 리플리와는 달라보이는 리플리들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과연 그 중 진짜 리플리는 누구였을까요? 아니, 진정한 리플리가 있기는 했을까요?


 그는 자신만의 지하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지하실은 자신의 온갖 추악함, 남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들이 가득합니다. 너무 더럽고 지저분해서 아무도  들여다 본 적 없는, 결코 들어가서는 안되는 무섭고 외롭고 어두운. 그리고 그는 톰 리플리를 오로지 톰 리플리로 평가해주는 지인에게, 눈물을 흘리며 이런 말을 합니다.

'I always thought it'd be better to be a fake somebody, than a real nobody.'

 누군가를 너무나도 지독하게 갈망한 나머지 그의 모든것을 가지려고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린 사람. 첫발을 내딛은 것은 그였지만 두번째 발걸음부터는 이미 그의 의지를 떠나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언정 이와 비슷한 경우가 생각보다 흔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결코 좋게 보아줄 수 없을, 하지만 동시에 결코 싫게만 볼수도 없는 톰 리플리. 여러분도 그의 무섭고, 외롭고, 어두운 지하실을 한번 들여다 보시는 것은 어떠할까요? 하지만 주의하셔야 할 겁니다. 정말로 어둡고 습기찬, 가히 불쾌한 곳이니까요.


덧. 톰 리플리는 스스로 생각했던 것 만큼 매력없는 인물이었을까요?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그에게 느낀 호감은 분명 디키로써의 톰 리플리가 아니라 톰 리플리 그 자신의 언변과 감각이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톰이 더 안타깝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리플리 (2000)

The Talented Mr. Ripley 
8.8
감독
안소니 밍겔라
출연
맷 데이먼, 기네스 팰트로, 주드 로, 케이트 블란쳇,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정보
범죄, 스릴러 | 미국 | 137 분 | 2000-03-04
글쓴이 평점  



태양은 가득히 (0000)

Purple Noon 
9.6
감독
르네 클레망
출연
마리 라포렛, 모리스 로넷, 알랭 드롱, 빌리 컨스, 비비안 산텔
정보
스릴러 | 프랑스, 이탈리아 | 118 분 | 0000-00-00



Talented Mr. Ripley

저자
Highsmith, Patricia 지음
출판사
W.W.Norton | 2008-06-01 출간
카테고리
문학/만화
책소개
Ripley is back. This new publicatio...
가격비교


태양은 가득히

저자
페트리시아 하이스미스 지음
출판사
동서문화사 | 2003-06-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가난한 미국 청년 톰은 25살. 친구의 아버지로부터 유럽에서 방...
가격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