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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헬터 스켈터 (Helter Skelter, 2012)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가 개봉할때 즈음해서 사와지리 에리카라는 배우에 대해서 언뜻 들은 소문이 있었습니다. 배우에 대해 이리저리 논하는 것은 미뤄두고, 그녀의 처지와 이 영화에서 그녀가 맡은 배역의 주인공이 처한 처지가 비슷한 면이 없지 않아 더욱 열심히 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과연 어떨까 하는 기대가 생기더군요.


 영화는 굉장히 상큼하지 못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위 포스터에 쓰인 카피처럼 '보고싶은 것을 보여주는' 사람이 바로 이 이야기의 여주인공 리리코. 더없는 인기스타인 리리코는 전신 성형을 통해 (그녀를 키운 소속사의 여사장의 표현대로 '눈, 귀, 손톱 그리고 그곳을 제외하고는 전부 만들어진 것') 모든 사람이 꿈꾸는 완벽한 아름다움을 갖게 된 모델입니다. 그 절대적인 아름다움과 소속사 여사장의 치밀한 작전으로 그야말로 더 오를데가 없는 정점에 서있는 그녀.


 그러나 이런 그녀의 이야기만 늘어놓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녀가 정점에 서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순간은 굉장히 짧았고, 완벽한 그녀가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담아놓았습니다. 그 추락의 과정에서 느껴지는 것들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더군요. 뜨겁기 그지없지만 또한 너무 쉽고 빠르게 식어버리는 대중의 관심, 그리고 그것을 견딜 수 없었던 주인공, 절대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끝없는 갈망과 최고의 자리에서 느끼는 부담과 공허함, 굉장히 다양하고 묘한 느낌을 주는 감정들이 많이 담겨있다고 느꼈습니다. 다른 후기들과는 조금 다르게, 저는 굉장히 다양한 감정과 조금은 식상한 사회적인 문제 몇가지를 잘 버무려서 담아놓았다고 생각합니다. 


 사와지리 에리카라는 배우의 아름다운 외모도 무시할 수 없는 굉장한 매력이었고, 그런 그녀의 외모와 대비되는 (사실은 대비된다기보다는 그정도로 아름다운 장미에는 그 가시도 날카롭다는 것을 워낙 많은 영화와 소설 등으로 접해서 이제는 아름답지만 착한 캐릭터는 상상도 잘 가지 않습니다) 일그러지고 공허해져가는 내면에 대한 표현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영화를 그렇게 자주 보게 되는 편은 아니어서 감독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영상미로도 꽤 유명한 감독이었나봅니다. 몇분이 '과연'이라는 말씀을 하시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저도 이 영화를 보면서 굉장히 영상이 멋진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그리 유쾌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야한 장면도 꽤 나오고) 함께 보실 분을 좀 가리셔야 될 것 같긴 합니다. 그리고 신나고 유쾌한, 혹은 밝고 상큼한 그런 영화를 보시고 싶으실 때에도 피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