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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퍼시픽 림 (Pacific Rim, 2013)

 

 

거대 괴수 vs 거대 로봇

 

 외계에서 온 거대 괴수 '카이주(괴수)'와, 그에 맞서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거대 로봇 '예거(사냥꾼)'의 싸움, 그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주제이고 볼거리가 되겠습니다.

 

 이 영화를 이해하는데에 필요한 충분한 지식도 없을 뿐더러, 클리셰와 오마주를 따지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제게 이 영화는 단순히 볼거리가 많은 즐거운 구경거리였습니다. 한 영화를 감상하는데 이런 감독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완전한 감상을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일지는 모르겠으나, 실사화되어 눈 앞에 버티고 서는 이 거대한 로봇들을 보는 것에 큰 의미를 둘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 영화는 거부할 수 없는 굉장한 볼거리가 될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순수하게 영화를 감상한 평범한 사람으로서 이야기를 해 볼까요?

 

 

 이 영화는 조금은 답답합니다. 거대 로봇은 굉장히 거대하고, 육중한 느낌을 줍니다. 느리고 답답해 보이지만 그 주먹이 카이주의 얼굴을 강타할때는 그 무게감도 어느정도 전달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몇대나 카이주의 턱에 그 주먹이 꽂힐 때, 카이주가 굉장히 아플 것 같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큰 괴수와 치고 받는 예거의 모습은 너무... 이런 말은 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리얼하다'할까요? 근 섬유 하나당 40~50개의 엔진이 들어가는 예거가 그 어마어마하게 무거운 주먹으로 내리치면 참 아프겠지요. 그 육중한 주먹에 얻어터진 카이주는 결국 쿵! 하고 쓰러집니다. 권투로 치면 계속해서 주먹을 맞다 그 데미지가 누적되어 쓰러지는 복서같은 느낌이랄까요? 그 카이주가 더 버티지 못할만큼 아팠을 거라는데는 전적으로 공감이 갑니다. 그러나 결정적이고 화려한, 로봇물이라면 한번 기대해봄직한 화끈하고 화려한 (그리고 조금은 오글거리는) 액션이 살짝 빠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것이 감독의 스타일이고 의도한 바라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지만, 제가 거대하고 육중한 예거가 토네이도 킥을 날려주길 바란 것도 아니었던 것을 채워주지 못했던 부분은 살짝 아쉽습니다. 트레일러에도 살짝 비춰졌던 엘보 로켓 펀치는 그야말로 아쉬웠습니다. 좀 더 화끈한 연출이 있어주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그런 느낌이었네요.

 

 

 많은 분들이 지적하시는 '인간의 드라마'가 약했던 것도 사실이었던 것 같습니다. 단적인 예로, 여주인공인 미코가 극복했어야 할 정신적인 부분들을 제대로 비춰주지 못했지 않나 싶네요. 미코와 롤리의 끈끈한(?) 전우애는 급조된 느낌도 줍니다.

 

 그리고 예거 프로젝트는 소개와 동시에 폐기될 입장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미처 관객들이 예거가 이렇게 성공적인 역할을 수행했었던 멋진 병기였구나! 하고 인식하기도 전에 말입니다. 전 세계에서 예거를 건조하고 그들이 활약하던 모습을 조금은 더 보여주었더라면, 이 영화가 가진 가장 강력한 장점중의 하나인 볼거리가 더 많아지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저 뿐이었을까요?

 

 물론, 이런 단점은 '긴 이야기를 단숨에 끝내기 위해서 압축에 압축을 거듭한 결과'에서 비롯되었을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었겠지요, 상영 시간은 달랑 2시간 남짓, 그 안에 모든 이야기를 매듭을 지어야했으니까요. 한편만 보고 잊기엔 너무 아쉬운 나머지 '카이주의 등장과 예거의 등장', '예거의 활약과 쇠퇴', '최후의 승리' 처럼 한 세편쯤 볼 수 있었으면 참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여러가지 장점과 단점들이 있겠지만, 결국 이 영화는 카이주와 예거가 묵직하게 치고 받고 싸워서 인류의 위기를 극복하는 영화입니다. 보여주지 못하고 넘어간 부분들이 너무 많아서 진부한 이야기나마 매끄럽게 이어질 수 없었던 것이 아쉽고, 마찬가지 이유에서 인물들의 드라마가 완성되지 못한 느낌을 주는 것이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딱히 로봇물이나 괴수물에 향수를 갖고 있지 않은 제게도 거대 로봇의 육중한 펀치과 거대 괴수의 공격을 관람하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이번 퍼시픽 림이 성공을 해서 이런 류의 영화를 조금 더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해 보지만, 과연 예거 이후에 또다른 거대 로봇이 스크린으로 찾아올 날이 올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거대 괴수 vs 거대 로봇의 압도적인 비주얼을 즐기고 싶으신 분들께는 강추!

트랜스포머 이상의 화려하고 화끈한 수퍼 로봇 액션을 기대하시는 분들껜 살짝 비추

다가오는 인류의 최후에 저항하는 인간과 로봇의 드라마를 기대하시는 분들껜 비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