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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텍사스 킬링 필드 (Texas Killing Field, 2011)



 오랜만에 본 이상한 느낌을 주는 영화였습니다. 영화 자체의 내용은 좀 허술한 느낌도 없지 않습니다. 딱히 형사들의 추리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준 것도 아니고, 범인들의 엽기 행각을 강조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어디엔가 있을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처음 영화를 보자고 결정한 것은 샘 워싱턴과 클로이 모레츠 때문이었습니다만, 의외의 부분을 보았습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참 많은 일을 겪으면서 살아갑니다. 이 영화는 그렇게 많은 일을 겪었고,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예를 들어, 제프리 모건이 연기한 '브라이언'의 경우는 미결 사건으로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있는 형사이며, 또 한번의 실수를 하지 않기위해 최선을 다하는 형사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나 나올법한 그런 엄청난 형사는 아니었지요. 인정이 많다 아니다를 떠나서 정말 사람 냄새가 나는 형사였습니다. 킥 애스나 크림슨 볼트와 같은 맥락에서 말입니다.


 샘이 연기한 '마이크'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의 두 주인공 중의 한명임에도 불구하고 성격적인 결함이 여과없이 드러나서 보는 사람을 답답하게 만듭니다. 흔히 영화에서 나쁜 형사 역할을 맡았다가 사건이 클라이막스로 치달으면서 죽게 되는 그런 역할의 캐릭터같은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영화 중에도 나오는 팸과는 이혼한 사람으로, 어쩌면 서로 잘 어울리지 않을것 같은 성격들이 이상하게 버무려져 있는 사람같았습니다. 마지막, 범인을 두고 취하는 태도를 보더라도 말입니다.


 클로이 모레츠의 경우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클로이 모레츠 본인이 아니라 그 가장 가까운 주변 인물들 말입니다. 그 오빠도 그랬지만, 어머니의 경우가 가장 마음이 아팠습니다. 딸을 향하는 남자들의 더러운 시선을 못견뎌하던 그 표현하지 못했던 어머니로서의 사랑은 결코 딸에게 전해지지 못했겠지요.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었습니다. 어머니로서 해야할 도리를 다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사랑만은 어머니의 그것이었을텐데, 딸의 가슴 속에는 어머니다운 어머니로 남지 못하겠지요. 영원히 말입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사건 자체는 텍사스의 인적도 없는 들판에서 벌어진 한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보았던 것은 그 살인 사건이 아니라 사건을 둘러싼 사람들의 완벽하지 못한 캐릭터들이었습니다. 관람 포인트가 좀 빗나갔을지도 모르겠지만, 저로서는 너무 강하게 여운이 남은 영화가 엔딩롤이 올라가는 내내 멍해져 있었던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흔한 형사와 범인의 갈등 혹은 훌륭한 형사의 활약에 대한, 그것도 아니면 범인의 엽기적인 살인 행각을 두드러지게 표현한 그런 류의 영화를 기대하시는 분들에게는 무척 실망스러우실 것 같습니다. (사실은 저도 한참 미결된 살인 사건들에 대한 영화들을 보던 차에 보게 되었던 영화였고, 본래의 목적에 비춰보자면 아쉬운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