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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다크 섀도우 (Dark Shadows, 2012)




 먼저 올라온 시사회 후기를 보아하니 실망들을 많이 하셨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좀 다르게 보았습니다. 다르게 보았다기보다는 애초에 건 기대 자체가 크지 않았다고 하는게 옳겠습니다. 조니 뎁이 등장하고, 에바 그린이 나오고, 헬레나 본햄 카터에 미쉘 파이퍼, 거기에 클로이 모레츠까지. 조니 뎁과 클로이 모레츠만 나온다 해도 봤을만큼 좋아하는 배우들이지만 (클로이 모레츠의 경우는 배우 자체보다도 힛걸이 좋은거겠지만요) 영화 자체에 건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다르게 보았다'는 것은 뒤에 한번 더 이야기 하도록 하겠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이름은 생소하더라도 얼굴 보면 '아!' 하는 배우들로 가득합니다. 또 인상깊게 보았던 '왓치맨'의 로어셰크, '잭키 얼 헤일리'가 몹시 반갑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조니 뎁이 연기한 바나바스의 연인 역으로 나온 벨라 히스코트가 그다지 강한 인상을 주지 못했던 것은 아쉬웠습니다. 아니, 좀 냉정하게 생각해보자면 대부분의 인물들이 광고 카피에 미치지 못하는 인상이었다고 할까요. 확실히, 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확 잡아 끄는 매력이 있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일 수 있었던 인물들이 그 매력을 미처 다 보여주지 못하고 허겁지겁 달려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영화는 뱀파이어가 나오는 영화입니다. 콜린스라는 가문에 내려진 저주와 그 저주를 안고 200년을 살아온 뱀파이어의 사랑 이야기가 이 영화의 주제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호러도 아니고, 그렇다고 장밋빛 로맨스는 더더욱 아닙니다. 중간중간 웃음을 자아내는 요소가 있지만 그렇다고 코메디도 아니고요. 성분이 분명하지 않은 영화이기 때문에 좀 관람하는 핀트가 애매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로맨스 영화였다면 둘 사이의 뜨거운 화학작용이 두드러지지 않은 것이 아쉬웠을테고, 코메디였다면 분명하지 않은 웃음 포인트가 아쉬웠을것 같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 중 어디 한군데에만 속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개에 걸쳐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바로 이 점이 관객들에게 의견이 갈리게 하는 가장 큰 부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영화가 되어버릴 수 있다는 것 말입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이 영화가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 코메디가 있지만 적당히 무거웠고, 로맨스가 있지만 적당히 가벼웠습니다. 복수가 있었지만 칙칙하지만은 않았고요. 어느 한쪽에 속하지도 못했지만 어느 한쪽으로만 기울어지지도 않았던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영화라는 것이 정해진 시간 내에 관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해줘야 하는 매체인 만큼, 분명한 방향을 정하고 그것을 향해 전력질주 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를 하지만, 모든 영화가 그래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고, 제게는 이 '다크 섀도우'가 바로 그런 영화였습니다. 어떻게 느끼기에는 그냥 조용히 쉬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최근의 영화들은 숨막히게 달려가고, 긴장감에 심장이 쫄깃해지는 경험을 자주 했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쉬어간 것은 저 뿐으로, 영화 자체는 이야기를 너무 후다닥 진행시켜간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위에 언급했던 것 처럼 '캐릭터의 매력을 다 보여주지도 못한 채 결말을 맞았다' 라고 느꼈습니다.


 배우만 보고 영화를 보는 것은 위험합니다. 아무리 좋은 배우들을 썼다고 하더라도, 영화관에서 상영할만한 이야기가 아니거나, 길고 넓은 내용을 영화라는 틀 안에 콱콱 우겨 넣으려 하면 결코 볼만한 영화가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좋은 배우가 좋은 캐릭터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걸 잘 보여준 영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지만 적당히, 어느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은 채 잔잔하게(내용이 결코 잔잔하기만 한 영화는 아닙니다만) 흘러간 영화였기에, 가혹한 평가를 하고싶지는 않았던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별로 보고싶지 않았던 사람을 영화관으로 끌고 가셨다면 끝나고 밥을 사셔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타박을 들을 가능성 > 점수를 딸 가능성